[Blacklisted]은 밤의 이미지와 맞닿아있는 작품이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컨츄리 풍의 곡들과 세련된 얼터너티브 팝 계열의 음악으로 양분할 수 있을만큼 곡들의 성향차이가 꽤나 큰 편이지만 니코 케이스의 섹시한 보컬과 그에 상응하는 듯한 다양한 악기연주가 꽤나 멋진 화음을 이루며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도 [Blacklisted]이 독특한 것은 악기나 보컬 뿐 아니라 앨범 전체에 스며들어 있는 울림의 미학 덕분이다. 실제로 앨범에서 연주된 오르간이나 다양한 기타는 물론 백그라운드 보컬 마저도 리버브 효과를 줬는데, 그와 더불어 매력적인 멜로디와 그 위에 입혀진 마법에 걸린 듯한 파워풀한 니코 케이스의 음성은 서로 잔잔한 파장을 내며 묘한 여운을 남긴다. 워낙에 앨범 자체가 좋다만 그 중에서도 몇 곡만 선택하라면 니코 케이스 매력의 최대치까지 도달한 듯한 6번째 곡 'Look For Me (I'll Be Around)'과 4번째 곡 'Lady Pilot'를 꼽겠다. 둘다 매우 멋진 트랙이다.
[Blacklisted]은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쓸쓸함 보다는 적막감이 감도는 음악이다. 가끔 지독히도 잠이 안오는 늦은 밤 분위기 낼 때 이만큼 괜찮은 음반도 드물다는 생각. 새벽에 진한 커피 한잔 마시면서 들으면 잘 어울리는 얼트 컨트리(정통 컨트리가 아닌 21세기의 대안적인 컨트리라 보면 됨) 명반이다. 개인적으로 올해 발매된 [Middle Cyclone]은 물론 지난번에 한번 소개 한 [Fox Confessor Brings the Flood]보다도 이 작품을 더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