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디밴드 A Sunny Day in Glasgow의 신보. 이름으로 볼 때 영국 스코틀랜드 밴드로 오해할수도 있지만 일부 글래스고에서 태어난 멤버를 제외하곤 대부분 필라델피아 출신이다. 밴드 구성은 Ben Daniels와 그의 쌍둥이 자매 Robin Daniels, Lauren Daniels을 주축으로 이루어져 있고, 객원멤버 격으로 Ben Daniels의 친구인 Ever Nalens가 참여했다.
전체적인 음악풍은 노이즈/트위팝 계열인데 올해 앨범을 낸 트위팝 밴드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면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이 풋풋하고 에너지 넘치는 기타팝에 가깝다면 A Sunny Day in Glasgow은 좀 더 실험적이고 더 슈게이징+노이즈팝의 색이 훨씬 더 진하다고 보면 된다(사실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의 음악에서 슈게이징의 비율은 낮은편)
그리고 이들의 음악을 처음 듣고 생각난 것은 아이슬란드 일렉트로닉 그룹 Múm과 아르헨티나의 일렉트로 포크/포크트로니카(folktronica) 뮤지션 Juana Molina. 굳이 비교를 하자면 Juana Molina가 신비한 효과음을 내는 질료가 보컬과 전자 프로그래밍이라면 Múm는 어쿠스틱 악기들로, 그리고 A Sunny Day in Glasgow는 키보드와 다채롭게 입힌 백그라운드 보컬을 통해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운드의 비중이 큰 탓에 멜로디는 더 희미하게 들리며 음악도 더 낯설다. 화음을 만들어 내는 여자 보컬들 덕분에 일부 곡에선 성가 같은 느낌도 든다.
[Ashes Grammar]는 음악풍 자체가 생소한 편이라 적응하기가 쉽지 않지만 잔잔하게 깔린 베이스 연주와 찰랑거리는 기타, 그리고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듯한 여성 보컬들의 묘한 음색은 꽤나 맛깔스럽고 재미있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위해 덧붙인 효과음들은 다분히 의도적. 때문에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불협화음에 가깝게 들리지만 동시에 안정적이고도 풍부한 소리를 들려준다.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사운드 메이킹에서 브라이언 이노의 영향을 받은 듯한 'Close Chorus'과 'Passionate Introverts'.
생소한 앨범 커버에 이끌려 듣게 되었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작을 제대로 못들어봐서 정확하게 어느 수준의 밴드인지는 가늠이 안되지만 적어도 [Ashes Grammar]는 올해 슈게이징 계열에서 나온 앨범중엔 제일 재미있게 들었다고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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