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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버라이어티 리얼 수사극.
살인에 관한 가장 화려한 수사.


영화 '박수칠때 떠나라'는 전작 '아는여자' 의 성공으로 장진의 매니아층을 확실히 형성한 상태였고, 당시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장진이 직접 각본을 맡아서 화제가 되었던 '웰컴투 동막골' 의 굉장한 흥행과 맞물린것은 물론, 위의 메인카피가 가져다주는 영화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되면서 그 어느때보다도 기대치가 높았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멋들어진 예고편은 그것에 대한 관객의 기대심리를 일정부분 이상 채워주는 것으로,' 과연 장진이 만드는 미스터리물은 어떠한 종류일까?' 하는 궁금증이 대단했던것이 사실이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이어지는 빠르고 굉장히 멋들어진 인트로는 그 기대에 부합할만한 영상이었음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기전에 몇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장진이라는 인물이 만들어내는 작품에대한 적응과 감독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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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에 대하여


장진은 원래 영화감독으로 보다는 연극연출과 여러 히트작들의 각본으로 알려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전부터 필자가 알고 있던 장진은 좋은친구들 이라는 코미디프로에서 유명한 영화등을 소개를 하는 코너를 맡고있던 패널이었는데, 그 프로그램을 들여다 보면 실제 영화내용이 아닌 장진의 멋대로 그 영화 내용을 짜깁기해서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는 내용이었다.

당시 장진특유의 시시껄렁함에 어이없어 하면서도, 이 사람이 4차원에 살고 있는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그 기발함에 피식 웃곤 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프로그램이 조금 인기를 끌다가 사라진 후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거의 잊혀져 가고 있을때쯤 이었을게다. 길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영화 포스터에서 본 장진의 이름은 놀랍게도 간첩 리철진의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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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함과 독특함


그의 작품을 보면 알 수있듯이 장진의 세계관은 상당히 독특하다. 우선 남들이 별로 신경쓰지 않는 부분을 물고 늘어지며 일종의 말장난으로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한편, 한템포 늦은 유머를 적절하게 배치하며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하는데에 집중하는것은 데뷔때부터 이어져온 특유의 유머감각에서 기인한다.

감독의 또 다른 특징은 인물들의 의사소통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조금은 애매한 느낌으로 관객들에게 던진다는것인데, 이 '박수칠때 떠나라' 역시 보여주는 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과 제목이 명확하게 매치되지 않는것은 그만큼 장진이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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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이 바라본 매스미디어



위에서도 밝혔듯이 장진은 희곡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고, 많은 TV 출연을 통해 이름을 알린 감독인 만큼 그 근본에 있어서는 영화인이 아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어떤 다른 것보다도 매스미디어의 특성과 논리를 잘 알고 있는 장진은, 사회적 이슈가 된 유명한 카피라이터의 죽음을 다루는데 있어서 TV의 횡포와 그 무책임한 작태를 꼬집는다.

실제로 영화에서 방송은 '범죄없는 사회만들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허울좋은 '살인사건의 수사 생중계' 를 시도한다. 하지만 죽음 이라는 인간 본연의 문제는 처음부터 건너뛰고 시청률을 위해 '어떻게' '누가'  이것에만 초점을 모으는 방송. 장진은 시시껄렁한 유머나 에피소드의 연결이 아닌 바로 매스미디어의 위험성과 그에 대한 불만을 자신만의 낙천적인 감성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김영훈이 살인용의자임에도 불구하고 매스컴을 탔다고 교도관이 함께 사진을 찍는 씬과, 지지부진한 방송의 마무리를 위해 무당을 출연시켜 사건을 해결하는 장면으로 대변된다.

다만 이 영화가 같은 생중계를 소재로 한 '트루먼쇼' 와 다른것은 '박수칠 때 떠나라'는 반대로 죽은자를 위한 방송이라는 점이고 꼭 매스미디어에 대한 비판 그것 하나만으로만 채워져 있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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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던지는 메시지
 

우선 제목대로 '박수칠때 떠나라'  라는 카피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 최고의 위치일때 자발적으로 떠난다는것이 아름다움을 말하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반대의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담고 있다고 보이는데, 이 영화에서의 '떠나라' 의 의미는 살인용의자들이 정유정에게 빨리 ‘죽어라’를 완곡하게 이르는 말 정도로 해석된다.

물론 정유정이 죽기전에 직접 쓴 이 카피는 자신의 자살에 대한 암시이자 마지막 유언이었겠지만, 현장에서 잡힌 살인용의자인 김영훈과 또 다른 유력한 용의자 한무숙이 받아들이는 뜻은 각각 다를것이다. 다만 의문이 생기는건 정유정이 정말 죽어야 할만큼의 잘못을 했냐는 것이고 박수를 받고 떠나야 할만큼 그만한 위치에 있었냐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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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찌개 같은 영화


장진은 이 영화에서 살인사건에 대한 추리형식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한개 한개의 에피소드로 나눠서 그것의 느낌을 달리하는 한편, 그 속에 자신의 각종 유머를 범벅시키며 관객들을 잡아놓으려 했다.  

아마 영화의 평이 완전히 갈리는 것은 장진의 매니아 들은 영화의 이런 수다스러움과 본뒤에 가진 포만감이 맘에 들었던 것일테고, 반대로 실망한 사람들은 아마 미스터리 스릴러물을 기대하고 가서 그 황당한 설정들에 적응하지 못하고 조금씩 나오는 말장난과 반전에만 반응한것으로 보인다. 확실한것은 장진이 보여주고 싶었던것이 많아서 산만한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라는 것.

장진표 부대찌개같은 영화답게 감독은 식스센스로 부터 이어져온 관객들의 '반전 강박증' 까지도 채워주려는듯한 놀라운 반전마저도 영화의 말미에 포함시켜 두고있다. 감독의 말을 빌리면 정유정의 죽음으로 인한 공포와 슬픔이 교차하는 장면을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세계관을 잘 받아들이기 못해서일까 충격적이라기 보다는 영화를 마무리 짓기위해 '첨부' 한 정도로 보일뿐이지만.

게다가 이제껏 대부분의 영화에서 사용된것이 장진의 판타지이지만 이 영화에서 맘에 안 든부분은 결정적으로 생방송을 매듭짓고 영화상으로 클라이막스로 이끌어가는 중요한 부분에서 굿판을 벌리고 귀신이 빙의되는 장면이다.

아무리 영화에서는 모든것이 가능하다지만 과연 이 비현실적인 세계관을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냐 하는것에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는다. 하지만 확실한것은 장진감독이 매스미디어를 보는, 그리고 현재의 세상을 보는 시선은 이런 굿을 하는 장면과 같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아이러니함으로 가득찬 코미디 자체라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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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이 영화는 장진이 만든 최고의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영화를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으면서도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 것은 중반부 부터 이어진 지루함으로 인한 감점이라기 보다는 '소통' 이라는 측면에서 장진과는 코드가 잘 맞지 않음에서 기인한다. 전작인 '아는 여자' 에 대한 만족은 어떻게 맞아 떨어진 우연이었을테고.

얼마전에 '아들' 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이 영화가 얼마나 관객을 흥분시키고 새로운 장진팬들을 만들어 낼지는 영화를 아직 못봐서 모르겠다. 다만 장담할 수 있는건 장진이라는 사람은 이전부터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한박자 늦은 유머가 녹아 있는 지루하지 않을 만한 작품을 선사할것이고, 장르가 어떤 영화이든지 그리고 어떤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더라도 무엇보다도 '장진스러운'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어 낼것이라는거다.

물론 관객이 예상한 내용에 대한 배반으로 겪는 난감함은 감독이 가장 노리는 것일테니, 장진의 영화를 보기전에 예고편을 통한 지나친 상상은 금물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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