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Holiday, 2006)

영화/영화 씹어먹기 2007. 5. 10. 01:23 Posted by 루이스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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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서울 올림픽의 유치와 함께 계속된 경제호황으로 선진국을 꿈꾸던 시점. 항상 밝게 빛나는 달의 뒷면은 볼 수 없는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도 그늘진 부분은 언제나 존재했다. 홀리데이는 1988년 10월에 일어난 지강혁 사건을 중심으로 보호감호법으로 인한 인권유린과 그에 대한 불만, 그리고 탈주자 일행의 입장에서 본 사회적 모순을 말한다.

실제로 지강혁은 잘못한것에 비해 너무 심한 처벌로 인한 불만과 고통, 단지 그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었다. 잘못된 부분을 잘못됐다고 말 할수 있는것, 그것만큼 큰 용기는 없다. 분명 그 부분만큼은 인정받아야 하고 또 개선되어야함은 물론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좋다. 지강혁이 시종일관 외쳐댄 말이니 세살먹은 아이도 알아들을만큼 충분히 와닿는 메시지일 뿐더러, 이들이 죄에 비해 당하는 처벌에 대한 억울함이나 돈이 모든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삐뚤어진 사회상 모두 공감한다.

다만 당시 상황에 대한 접근과 감정이입을 조금 미뤄두고, 영화만을 보도록 해본다면 분명 얘기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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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명한 이분법  


홀리데이는 첫장면부터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까지, 범죄자인 지강헌(이성재) 일행과 김안석(최민수)을 양분한다. 이들은 물과 기름과 같이 어떠한 생각도 중간에 개입하지 못할만큼 단단하게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며 대립하는데 그 사이에는 관객의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사실 이러한 실제사건을 소재로한 영화의 설정으로 이런식의 선악 대결구도는 위험하다. 게다가 지강혁 사건은 공공의 적이나 페이스 오프 같이 명쾌하게 인물과 인물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꺼리가 아닌 민감한 내용인만큼,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서는 아예 역사적 고증으로 가던가 아님 눈물을 쏙 빼기 위해선 아예 냉정한 시선으로 소외층을 바라보던가 작가는 둘중 하나를 택하는게 옳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홀리데이가 선택한것은 이도저도 아닌, 공권력을 무시한 김안석과 동정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 지강헌 일행의 대립이었고, 이러한 결정은 결과적으로 영화를 본 이들의 평가마저 양분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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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과잉과 현실과의 괴리


영화사 측에서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못 배길만한 영화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홀리데이는 영화 내내 감정적이다. 영화에서 지강헌이 죽기전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는 장면은 실화이니 만큼 차치하더라도, 일행의 죽음으로 닭똥같은 눈물로 슬퍼하던 이들이 바로 얼마전 같이 수감됐을 때만 해도 얼굴을 붉히고 멱살을 쥐던 사이였다는걸 기억한다면 이 영화가 과잉으로 얼룩져 있다는것을 부인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영화에서 지강헌 일행은 버스탈취에 성공한 후 장소를 옮겨가며 여러번 주거 침입죄를 저지르는데, 여러 부분에서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이어진다. 어떻게 본다면 피해자에 불과한 집주인이 이들을 감싸주고 식사도 대접하고 술도 같이 한잔다는것, 이게 과연 실제로 가능한 일인가 모르겠다.

게다가 옛 여자를 떠올리며 강간미수에 그친 일행을 감싸고, 쌍팔년도 신파극에서나 볼 수 있는 감정적인 합리화에 급급한것 역시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이러한 부분에서 영화적인 설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것은 물론이다.  

얘들은 불쌍한 애들이니까 좀 봐달라고?  당하는 입장이라면 과연 그렇게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자기 아내가 겁탈을 당하고 집이 털리는데 말야. 그것도 모자라서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알고지낸 술친구 같이, 그리고 마지막 씬에서는 아예 친한 오누이 같이 슬퍼하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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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잡은 방향, 어설픈 연출 


홀리데이와 마찬가지로 실제로 역사에서 희생된 인물들을 그린 실미도는, 역시 같은 작가가 영화의 각본을 맡은것을 이유로 좋은 비교가 되면서도 여러가지 차이점을 지닌다.

우선 실미도의 강우석감독은 인권유린에 대한 부분은 전체적으로 단순하게 건드리면서도 아슬아슬하게 감정조절에 신경을 쓰는 한편, 클라이막스에서 이를 보다 극대화 하면서 관객의 감정이입을 이끌어 냈다.  

실미도가 '강우석' 의 느낌이 폴폴나는것은 물론,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스타일의 영화로 흥행과 비평 두마리의 토끼를 잡은것은 영화속에 담겨있는 유머와 액션 등 장점을 대부분 잘 살린 것도 있겠다.

하지만 실미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분노를 느끼게 만드는 적을 분명하게 하나의 대상으로 떨어지지 않게 설정한 것이다. 게다가 다수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 라고 하면서 소외당한 인물들에 대한 책임을 관객에게 묻는 강우석 감독의 화법은 그의 노련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반면 홀리데이는 지강헌의 김안석과 있는자들에 대한 철저한 혐오 그 뿐이다. 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지 와닿기도 전에 지강헌 일행에 대한 동정심으로 시작된 김안석에 대한 분노로 일관된 홀리데이는 이러한 부분에서 영화의 매력을 잃었다.

나쁜놈들도 뭔가 나쁜짓을 하는 이유가 있겠고 나름 속마음은 복잡하지 않겠는가? 홀리데이는 그런부분이 전혀없다. 김안석은 영화에서 그냥 나쁜놈이고 그러므로 단순히 증오의 대상일 뿐이다. 반대로 지강헌 일행은 순박하고 착한 동정의 대상일 뿐이고. 영화는 단순히 감정에 치우치면서 바보같은 대사를 거듭한다.

그걸로도 부족해서 홀리데이에서는 콘에어에서 보여준 죄수들의 비행기 탈취방법과 똑같은 장면마저 그대로 답습한다. 수갑을 풀 수 있는 핀셋과 같은 도구를 살점안에 숨긴후 소동을 일으킬 수 있는 가연성의 준비거리들을 삼켰다가 꺼내는 장면은 영화를 보면서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이놈의 영화는 왜 이리 어설픈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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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보통 안 좋게 본 영화는 리뷰를 잘 쓰지 않는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필자가 이렇게나 악평을 해가면서 홀리데이를 꼬집는 것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메시지와 함께 이 영화의 소재는 현재 비뚤어진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흥행은 물론이고 시대를 수놓을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홀리데이는 이야기의 짜임새부족 및 연출의 미숙함을 드러낸 것은 물론 결정적으로 극의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고, 주연들의 단순한 캐릭터와 함께 조연들의 서툰연기로 영화에 대한 몰입을 방해했다. 그리고 감독은 탈주범의 시각에서만 문제의 본질에 접근했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대상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다.

과연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선이 아니면 악' 이런식으로 확실하게 구분짓고 살아가던가? 그리고 우리가 혐오하는 대상이 과연 언제부터 한사람이고 하나로 뭉뚱그려지는 적이었냐는 말이다.      
 
전체적으로 조금씩만 신경을 썼다면 좋은 영화가 탄생할 수도 있었는데, 여러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기에 이러한 비평을 퍼부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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