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티지 (The Prestige, 2006)

영화/영화 씹어먹기 2007. 4. 15. 10:22 Posted by 루이스피구



시작


마술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간단한 동전마술이나 모자로 부터 비둘기를 만들어내는 고전적인 마술, 그리고 그 유명한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펼치는 자유의 여신상을 숨기는 등의 스케일이 큰 마술이 생각날 수도 있다.

영화의 소재를 떠나서 마술은 상당히 흥미로운 요소를 갖춘 볼거리이다. 마술을 보는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마술사의 트릭을 쓴다는것을 알면서도 그 올가미에 걸려드는데 상식을 벗어난, 눈앞에서 믿기지 않는 장면이 펼쳐짐에도 그것에 대해 의심보다도 오히려 속는 것을 보면 마술은 단순히 눈속임의 미학이 아닌 마술 그 이상의 문화로서의 매력이 존재하는것 같다. 

하지만 영화 감독들은 마술을 소재로 한 영화는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눈 앞에서 보는것이 아닌 스크린으로 보는 마술을 관객이 사실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마디로 영화의 맛을 살리면서 실감나는 마술을 연출하기란 여간해서 쉽지 않다는 말이다.

마술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영화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마술과의 조우"와 "대전환", "프레스티지"


영화의 배경인 19세기 말,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은 혼란스럽고 변화의 물결이 거세었다. 마술과 과학의 공존.. 언뜻 보기에 잘 연결이 안되는 부분이겠지만 산업혁명이후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마술이 공연되는 등 마술에 있어서도 혁명의 바람이 불던 시기 였다.

그에 힘입어 영화에서도 보여주듯이 수조 탈출 마술이나 순간이동 마술 등 상당히 스케일이 큰 마술도 공연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잠깐, 간략하게 마술의 단계를 설명하자면 영화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만 우선 관객이 처음 마술을 접하는 조우가 1단계, 눈속임으로 관객을 현혹시키는 대전환이 2단계, 그리고 마술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는 단계가 바로 프레스티지다.

그리고 마술의 종류는 크게 클로즈업과 스테이지 2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고 그 중에서 프레스티지는 스케일이 큰 스테이지 마술, 그 중에서도 이 영화는 실마리가 되는 순간 이동 마술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호화 캐스팅


영화의 캐스팅은 근래에 보기 힘들정도로 정말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데 배트맨 비긴즈의 크리스찬 베일과 엑스맨의 휴잭맨,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영국의 연기파배우 마이클 케인. 7,80년대 슈퍼스타라 할 수 있는 데이빗 보위까지 그야말로 호화캐스팅이다.

그리고 마술하면 빼 놓을 수 없는 마술사의 조수 역할에도 많은 관심이 가는것이 사실인데 아일랜드의 스칼렛 요한슨과 일찍 빠지기는 하지만 코요태 어글리의 파이퍼 페라보 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마술쇼의 조수는 그 아름다운 미모로 관객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라이벌 구도


천부적인 재능의 마술사 보든(크리스찬 베일)과 신사적이고 쇼맨쉽이 강한 엔지어 (휴잭맨)는 원래는 같은 무대에서 마술을 공연하는 가까운 사이로 선의의 경쟁자였다. 하지만 엔지어의 부인인 줄리아(페이퍼 펠라보)가 수조 탈출 마술에서 보든이 묶은 매듭이 사고를 일으켜 죽게 되면서 둘의 사이는 철천지 원수 관계가 된다.

주목할 만한것은 두 라이벌의 상대를 견제하는 여러가지 방법이다. 보든의 총알을 잡는 마술을 방해해서 손가락이 잘리게 만들고 상대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순간이동 마술의 비법을 알아내기위해 사랑하는 여자를 미인계로 사용하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완벽한 마술을 위해 과학자에게도 도움을 청하는 엔지어나, 그에 못지않게 엔지어의 비둘기를 감추는 마술을 망쳐서 관객의 손가락이 잘리게 만들고 자신을 모방한 순간이동마술을 방해해서 웃음거리를 만드는 동시에 그를 평생 다리를 절게 만드는 보든도 역시 만만치 않다.

두 배우는 전작에서 배트맨과 엑스맨의 각각 주연을 맡았는데 그 캐릭터의 모회사인 배트맨의 DC와 엑스맨의 마블이 실제로 둘도 없는 라이벌회사 라는 것은 상당히 흥미롭다. 영화의 홍보를 배트맨과 엑스맨의 조우, 그리고 그들의 마술대결 이렇게 가는것도 좋았을 듯.

                      





  치밀한 구성


사실 긴장감과 복수라는 코드로는 강렬함에서 비슷한 주제의 다른 영화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마지막에 나오는 친절한 설명이 영화의 결말을 더욱 반감시키는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마술이라는 소재가 받쳐주기에 반전  그 하나만으로 이 영화를 평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영화를 보면 영화의 순서는 대강 이러하다.  살인 혐의로 인한 보든의 재판장면, 그리고 과거에 엔지어와 보든이 절친한 사이에서 원수가 된 과정. 그 후 서로에 대한 견제와 순간이동 마술 그 자체에 대한 집착, 그 속에서의 각각의 인물의 과거, 서로에 대한 복수와 그리고 다시 모든 궁금증의 해결 등 진행속도에 비해서는 꽤 복잡한 편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는 아니지만 시간과 공간이 오락가락하는 구성상 세세한것들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을 때 감독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리 만만한 영화는 아니라는 사실.

무엇보다도 영화를  보면서 등골이 오싹했던것은 엔지어가 아내에 대한 복수로 보든을 살인혐의 올가미에 걸리게 하기 위해 자신의 복사본을 무려 100번씩이나 수조에 가둬 살해하고 시체를 보지못하게 수조를 장님들이 옮기게 한것이다.

 순간이동 마술의 원조인 라이벌에게 흠 잡을데 없이 완벽한 자신의 순간이동 마술을 보여주고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아내를 죽인 원수를 갚은데다 보든이 보는 앞에서 이제 고아가 될 그의 딸을 인계 받게 된다면 상대방은 어떤 기분이 들까..

말 그대로 이보다 더 대단한 복수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으니 확인은 설명보다는 직접 보시는것이 좋겠다.


                     




마무리


크리스토퍼 놀란은 상당히 치밀하고 디테일에 신경쓰는 감독인데 다른말로 집요한 구석이 있다.그 집요함을 엔지어와 보든의 라이벌 관계에 녹여낸것은 나쁘지 않았지만 어떻게 보면 둘의 관계가 틀어지게 된 동기에 비해 둘의 관계는 심한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리고 영화를 매듭짓는 거대한 "키" 는 마술이 아닌 마법과 같은 "과학"이라는것이 흠이 될 수는 있겠지만 영화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는 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아쉬운점이 있다면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엔딩에서의 감독의 친절한 설명은 불필요하지 않았나하는것.  보든의 트릭을 영상으로만 처리하고, 그 뒤에 100개의 수조가 나오는 씬으로 영화를 심플하게 마무리 짓는것이 보는입장에서 더 충격적인 것은 자명한 일이다.

김이 빠진 콜라를 시원하게 들이키긴 힘든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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